시와 감상

돌아서는 충청도[이정록]

JOOFEM 2008. 2. 24. 21:31

 

 

 

 

 

 

 

 

 돌아서는 충청도[이정록]

 

 

 

 

 

  울진에다 신접살림을 차렸는디,
  신혼 닷새 만에 배타고 나간 뒤 돌아오덜 않는 거여. 만 삼년 대문도 안 잠그구 지둘르다가 남편 있는 쪽으로 온 게 여기 울릉도여.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도인줄 알어?
  아직도, 문 열릴 때마다 신랑이 들이닥치는 것 같어. 근데 막걸리집 삼십 년, 남편 비스무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 그때마다 내가 횅하니 고갤 돌려버리니까, 붙어댕긴 이름이여.
  그랴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껜.
  이 신랑스런 눔아, 잔 받어! 첫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 그 끝자럭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

 

 

 

 

 

 

 

* 돌아서는 그 마음이 당신에 대한 사랑이고

  돌아서는 그 마음이 당신에 대한 그리움인 것을

  오늘도 문 열리는 소리에 내 마음문 열어본다만,

  신랑스런 눔들이 살짝 엿보기만 한다, 염장 지른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콩의 코끼리 조련사[시바타 산키치]  (0) 2008.03.05
봄의 소식[신동엽]  (0) 2008.02.28
수화기 속의 여자[이명윤]  (0) 2008.02.18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0) 2008.02.17
고양이 잡기[박지웅]  (0) 200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