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충청도[이정록]
울진에다 신접살림을 차렸는디,
신혼 닷새 만에 배타고 나간 뒤 돌아오덜 않는 거여. 만 삼년 대문도 안 잠그구 지둘르다가 남편 있는 쪽으로 온 게 여기 울릉도여.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도인줄 알어?
아직도, 문 열릴 때마다 신랑이 들이닥치는 것 같어. 근데 막걸리집 삼십 년, 남편 비스무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 그때마다 내가 횅하니 고갤 돌려버리니까, 붙어댕긴 이름이여.
그랴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껜.
이 신랑스런 눔아, 잔 받어! 첫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 그 끝자럭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
* 돌아서는 그 마음이 당신에 대한 사랑이고
돌아서는 그 마음이 당신에 대한 그리움인 것을
오늘도 문 열리는 소리에 내 마음문 열어본다만,
신랑스런 눔들이 살짝 엿보기만 한다, 염장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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