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당신의 머리에서[시바타 산키치]
잉글랜드의 어느 마을에서는 햇볕이 내리쬐는 보리밭
한가운데서
멍청히 주저앉아 있는 남자를
-예수가 당신머리에서 쉬고 있다
라고 놀린다. 놀림당한 남자는 남자대로
-Jesus, rest your head!(예수여! 평안하시기를)
라고 가볍게 되받아치며 허풍스럽게 기도하는 듯한 포
즈를 취하고는, 계속 게으름을 피운다고 한다.
신의 아들도, 인간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이천 년이나 쉬지 않고 일해 온 예수의 피곤함은,
대체 얼마만큼의 무게로 쌓여 있을까.
(그것은 슬픔의 응어리 같은 것일까
탄식의 돌멩이 같은 것일까)
나 같으면 그런 연상에 사로잡혀, 금세 쉬던 곳에서 사라
져 버릴 것이다. 게다가 내친김에 그의 뒤꿈치를들러붙은
지혜의 열매를 훔쳐 버릴까 따위의 한심한 생각이 솟아오
르거나 해서.
보리밭의 참새는 가끔씩 하늘에서 점 하나로 머문다. 사
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의 어깨 위에서 작은 날개를 쉬
게 하고, 유심히 보면 부리에는 공물로 바쳐진 듯한 열매
한 알을 물고 있다.
* 공중의 나는 새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사막의 한가운데에 사는 참새는 걱정속에서 살아야 했다.
이란의 사막에서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다.
사막에는 그저 일년에 한번정도 내리는 비의 양만큼만 식물이 자랐다가
금세 말라비틀어져 죽어버지만
그 죽은 식물 사이사이에 개미가 살고 벌들이 잉잉거렸다.
공중의 참새는 이 작은 먹거리만으로도 감사하며
사막색으로 보호색을 띠며 날아다녔다.
산다는 게 그만큼 고단하고 피곤한 일인 게다.
오늘은 그 고단한 우리의 머리위에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다.
고단하고 피곤한 우리들의 삶을 어루만져주고
평안을 얻게해 주는 날이다.
평강의 아침이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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