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노란 주전자[유홍준]

JOOFEM 2008. 3. 18. 22:52
 

 

 
 
 
 

 

노란 주전자[유홍준]

 

 

 

 

 

   그날, 누이는 누런 주전자를 들고 뙤약볕 속을 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거시기가 달린 주전자를 들고 가고 있

었다 목마르고 목말라 아버지의 거시기를 빨며, 불볕 속

을  가고  있었다  누런 아버지의 거시기가 흘러 얼룩이

진, 검정 무명치마를 입고 가고 있었다 옆구리 찌그러진

주전자가 되어, 한 됫박 눈물 찔끔거리며 돌아올 수 없는

길 가고 있었다 이 놈의 주정뱅이, 이 놈의 아편쟁이, 이

놈의 개망나니, 어머니가 주전자를 마구, 마구 짓밟으며

울부짖었다 주전자만 보며 지금도 나는, 긴장을 한다 주

전자처럼 어깨를 오므리고, 파르르 떤다 나는 노란 주전

자의 노란 주전자, 머리뚜껑이 들썩거리는

 

 

 

 

 

 

 

* 옆구리 찌그러진 주전자가 있는 까닭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슬픈 가족사는 대개 있게 마련

이어서 누런 주전자 볼썽사납게 찌그러져 있다.

한 가정이 온전하여서 자녀를 온전히만 키운다면 가정이

가정을 낳고 그 가정이 또 가정을 낳아서 온전한 가정이

많으련만 저, 찌그러진 누런 주전자처럼 내동댕이쳐진

가정이 의외로 많은 게다. 일생을 살면서 몇 안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사는데 그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다.

이 소중한 가족이 누런 주전자처럼 살아야 한다면 이건

비극이고 고해다. 온전한 가정을 위해 이 땅의 어머니가

바로 서야 하고 그 어머니가 낳은 아버지가 그 뒤를 이어야

한다.  모두가 좋은 아버지,좋은 어머니를 만나 행복한

삶을 누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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