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등잔[신달자]

JOOFEM 2008. 4. 19. 23:47
 
                                                                                          Frederick Carl Frieseke
 
 
 
 
 
 
등 잔 [신 달 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
 
 
 
 
 
 
* 누군가 사랑을 해주면,
여자가 된다는 그 몸처럼
누군가 등불을 밝혀주면
詩들은 아름다워지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기쁨이 가득 차게 됩니다.
오늘도 등불을 밝혀주는 이를 생각합니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운사에서[최영미]  (0) 2008.04.21
소[신달자]  (0) 2008.04.20
잊기 쉬운 숫자[바스코 포파]  (0) 2008.04.15
부재라는 이름의 고아[바스코 포파]  (0) 2008.04.12
나라로 가는 길에서[마츠오 바쇼]  (0) 2008.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