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쉬운 숫자[바스코 포파]
옛날 옛적에 한 숫자가 있었다
순수하고 태양처럼 둥근
그러나 외로운 매우 외로운
그것은 혼자서 셈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누었고 곱했으며
자기 자신을 더하고 뺐다
그러나 늘 홀로 남았다
숫자는 셈을 중단했다
그리고 그 둥글고 햇살이 비치는 순수 속에
자신을 가두어버렸다
그 계산들의 작열하는 궤도들은
바깥에 머물렀다
궤도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곱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나누면서
더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빼면서
어둠 속에선 일이 늘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남아있는 그 누구도 그것에 탄원하지 않았다
그 궤도들을 되부르지 않았고
문질러 지워버리지도 않았다
0 - ٠ |
6 - ٦ |
1 - ١ |
7 - ٧ |
2 - ٢ |
8 - ٨ |
3 - ٣ |
9 - ٩ |
4 - ٤ |
10 - ١٠ |
5 - ٥ |
232 - ٢٣٢
|
*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실제 아라비아 숫자와 사뭇 다르다.
아마 유럽으로 건너가서 조금 변형된 모습을 가진 탓이다.
메마른 땅에서 아라비아 숫자는 춤을 추기도 했으며
노래도 불렀을 게다.
혹은 농구를 하거나 보자기로 감싸는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막의 모래위에 숫자를 남겼지만 금세 지워지고 없어진다.
다만 정신 속에 확실한 궤도가 되어 상속되어졌을 테다.
오늘날 온 세계에 하나의 정신이 되어 더해지고 빼지고
곱해지고 나누어지면서 인간을 즐거운 세상으로 이끌어 낸다.
지워진 숫자, 너 아직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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