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소[신달자]

JOOFEM 2008. 4. 20. 00:00

 

 

 

 

 

소[신달자]

 

 

 

 

사나운 소 한 마리 몰고

여기까지 왔다

소몰이 끈이 너덜너덜 닳았다

골짝마다 난장 쳤다

손목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왔다

뿔이 허공을 치받을 때마다

뼈가 패었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났다

징그럽게 뒤틀리고 꼬였다

생을 패대기쳤다

세월이 소의 귀싸대기를 때려 부렸나

쭈그러진 살 늘어뜨린 채 주저앉았다 넝마 같다

핏발 가신 눈 꿈뻑이며 이제사 졸리는가

쉿!

잠들라 운명.

 

 

                   ' 2008 오늘의 시'에서

 

 

 

 

 

 

* 사납고 험악한 게 인생이다.

소몰이끈으로 사나운 소를 몰고 다녔다.

인간의 힘으로 그 힘을 감당한다는 건 너무 힘이 든다.

쉬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데 생의 끈을 결코 놓을 수 없다.

넝마같은 운명인데도 잠들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 박카스 한 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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