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사랑하는 것
혹은 이별하는 것,
잠깐이더군요.
순식간에 사랑했다가
순식간에 이별하더군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사랑이나 이별이나 똑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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