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숙
바람에 디스코 좀 추면 어때,
그럼 어때![황동규]
나흘 몸살에 계속 어둑어둑해지는 몸,괴괴하다
비가 창을 한참 두드리다 만다.
한참 귀 기울이다 만다. 고요하다.
생시인가 사후(死後)인가.
태어나기 전의 열반(涅槃)인가?
앞으론 과거 같은 과거만 남으리란 생각,
숨이 막힌다. 실핏줄이 캄캄해진다.
일순 내뱉는다. 그럼 어때!
비가 다시 창을 두드린다.
나뭇잎 하나가 날려와 창에 붙는다.
그걸 떼려고 빗소리 소란해진다.
빗줄기여,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이어온 몸살과 몸
살의 삶.
사로잡힘, 숨막힘, 캄캄함, 그리고
불현듯 긴 숨 한 번 들이쉬고, 그럼 어때!
이게 바로 삶의 맛이 아니었던가?
한줄기 바람에 준비 안 된 잎 하나 날려가듯
삶의 끝 채 못보고 날려가면 또 어때!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만 본다.
[꽃의 고요] 문학과 지성사
* 초등학교 삼학년 교과서에는 [선녀와 나뭇꾼]이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말미에 숙제를 내주셨는데 선녀와 나뭇꾼의 속편을 지어오라는 거였다.
- 선녀와 나뭇꾼은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두며 살았다. 어쩌구저쩌구
선녀와 나뭇군은 또 아들 하나를 얻어 행복하게 살았다. 어쩌구저쩌구......
초등학생의 머리에서 소설같은 줄거리가 나올까만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만 지어졌을 테다.
산만큼 보이는 것이니 소꿉장난이야기가 바다이야기처럼 유행했을 테다.
산다는 건 거의 엇비슷해서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이야기같은 이야기 천지로 살아간다.
이렇게 살면 뭐 어때!
저렇게 살면 뭐 어때!
- 나, 시험에서 낙방했어.
그럼 뭐 어때! 다시 보면 되는 걸.
- 나, 애인한테 차였어.
그럼 뭐 어때! 다른 애인 구하면 되는 걸.
한 때 개그콘서트에서 유행한 '그까이거'와 같은 말, 그럼 어때!
나뭇잎이 떨어지고 난 후에는 다 같은 존재가 되어질텐데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야기같은 이야기속에서 살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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