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두꺼비[박성우]

JOOFEM 2008. 6. 27. 20:36

 

 

 

 

두꺼비[박성우]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

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

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 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다

 

 

 

 

 

 

 

* 우리들의 아버지는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며

그것을 통해서 우리들을 키우셨다.

두 마리의 두꺼비를 그리워 하며 지금의 내 손을 바라다 본다.

아버지의 모습이 두꺼비처럼 오우버랩되면서

얼핏 나의 모습도 비쳐진다.

세대마다 전승되는 이 전통이 우리 다음 세대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면서

두꺼비를 닦고 또 닦고,를 반복해 본다.

두껍아, 두껍아 새 집을 줄 테냐.

내 아들에게도 한 채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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