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아서
견인되다[이수익]
견인차가
불법주차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불이 난 듯
급하게 달려간다.
앞 범퍼가 견인차 후미에 덜컹, 얹힌
승용차는
제 주인에게 피랍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행방이 감춰지고 있다.
죄를 지었으므로
체신은 볼품없이 구겨졌으면서도
두 손이 단단하게 결박당한 채
견인차가 가자는 대로
가고 있다.
내 죽은 다음
저승사자가 내 생애의 죄를 물어 저렇게
유계(幽界)의 사방천지를 끌고 다닌다면,
어쩌지?
꼼짝없이 사지를 포박당한 채
하긴 살아서도 지금까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어디론가
끌려오긴 했지만.
* 차가 주행중에 시동이 꺼져서 하루에 두번이나 견인되었다.
카센터가 실력이 없어서 고장원인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 까닭이다.
광복절에 움직여야할 일이 있는데 잘 고쳐질라나 모르겠다.
견인된 것은 차주인이 관리를 못한 죄이므로 그 죄값을 톡톡히 치루어야 할 게다.
내가 나를 관리 못해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삶은 역시나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차일지라도 그게 내 차이므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삶도 역시 그러하다.
또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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