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견인되다[이수익]

JOOFEM 2008. 8. 10. 22:39

                                                                                                                                         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아서

 

 

 

 

 

견인되다[이수익]

 

 

 

 

견인차가

불법주차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불이 난 듯

급하게 달려간다.

앞 범퍼가 견인차 후미에 덜컹, 얹힌

승용차는

제 주인에게 피랍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행방이 감춰지고 있다.

 

죄를 지었으므로

체신은 볼품없이 구겨졌으면서도

두 손이 단단하게 결박당한 채

견인차가 가자는 대로

가고 있다.

 

내 죽은 다음

저승사자가 내 생애의 죄를 물어 저렇게

유계(幽界)의 사방천지를 끌고 다닌다면,

어쩌지?

꼼짝없이 사지를 포박당한 채

하긴 살아서도 지금까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어디론가

끌려오긴 했지만.

 

 

 

 

 

 

* 차가 주행중에 시동이 꺼져서 하루에 두번이나 견인되었다.

카센터가 실력이 없어서 고장원인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 까닭이다.

광복절에 움직여야할 일이 있는데 잘 고쳐질라나 모르겠다.

견인된 것은 차주인이 관리를 못한 죄이므로 그 죄값을 톡톡히 치루어야 할 게다.

내가 나를 관리 못해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삶은 역시나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차일지라도 그게 내 차이므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삶도 역시 그러하다.

또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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