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落花[이형기]

JOOFEM 2008. 9. 16. 17:36

                                                                             너무 이른가.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던데

 

 

 

落花[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 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 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창 밖엔 어느 새 잎사귀들이 색이 바래고 있다.

내 영혼의 슬픈 눈처럼......

 

 

 

 

** 남자들중에도 이 시를 외우는 사람이 더러 있다.

술좌석에서 이 시를 읊조리며 한껏 시심을 뽐내는데

듣던 동료가 누구 시인지 제목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사람, 잘 외워 뽐내다가 그만 질문에 탁 막히고야 만다.

이때 주페가 이형기의 낙화, 이 한마디에 모든 찬사는 주페에게로 모인다.

단지 제목과 시인만 알 뿐인데......

술좌석은 더욱 흥겨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