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가.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던데
落花[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 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 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창 밖엔 어느 새 잎사귀들이 색이 바래고 있다.
내 영혼의 슬픈 눈처럼......
** 남자들중에도 이 시를 외우는 사람이 더러 있다.
술좌석에서 이 시를 읊조리며 한껏 시심을 뽐내는데
듣던 동료가 누구 시인지 제목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사람, 잘 외워 뽐내다가 그만 질문에 탁 막히고야 만다.
이때 주페가 이형기의 낙화, 이 한마디에 모든 찬사는 주페에게로 모인다.
단지 제목과 시인만 알 뿐인데......
술좌석은 더욱 흥겨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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