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눈이 너무 작아서[유안진]

JOOFEM 2008. 12. 4. 21:43

 

 

 

 

 

 

눈이 너무 작아서[유안진]

 

 

 

 

물고기의 눈에는 물이 안 보이고

새의 눈에는 공기가 안 보이고

용의 눈에는 돌이 안 보인다지

 

꽃이 피면 꽃나무는 안 보이고  

열매가 익으면 가지는 안 보이고

아기를 안으면 엄마 아빠는 안 보이지

 

젊은 家長을 대신하여 가스실로 들어가 준

막시밀리언 콜베神父도

나치의 눈에는 유태인으로만 보였겠지

 

마음은 공기는 우주는 신은 안 보이니까

눈은 너무 작으니까

눈이라고 다 눈은 아니라니까

 

 

 

 

 

 

 

* 사물을 그냥 바라보는 것은 視요,

스치듯 바라보는 것은 看이요,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는 것은 觀이다.

꽃이 피어도 꽃나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눈이 작아도 볼 건 다 보아야 한다.

어떻게?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아야 한다.

 

 

 

** 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주페의 다른 별명은 건빵눈이다.

건빵에 가스를 빼려고 바늘로 콕콕 찍어놓은 두개의 눈.

하지만 건빵눈을 가지고도 볼 건 다 본다.

와이셔츠 단추구멍보다도 작지만 볼 건 다 본다.

눈이 작다고 눈이 아닌 건 아니기때문이다.

마음도 보이고 공기도 보이고 우주도 보이며 신도 보이니까.......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명의 즐거움[이정록]  (0) 2008.12.06
시원문학동인회 제7집   (0) 2008.12.06
세상의 등뼈[정끝별]  (0) 2008.12.02
미시령 노을[이성선]  (0) 2008.11.30
거미와 이슬 [오봉옥]  (0)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