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세상의 등뼈[정끝별]

JOOFEM 2008. 12. 2. 20:32

 

 

 

 

 

 

 

 

세상의 등뼈[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 밥은 곧 사랑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밥을 함께 하지 않는다.

물론 이해관계에 얽혀서, 혹은 목적을 빙자해서 먹는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지 않으면 대체로 밥을 함께 하지 않는다.

하물며 거룩한 밥이라니,

거룩하다는 건 구별된다는 거다.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구별된 사랑, 특별한 사랑을 말하는 거다.

품과 돈과 입술과 어깨를 대주고도

대줄 것 다 대주고도

구별된 사랑을 주다니

당신은 내 세상의 등뼈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갑자기 당신과 감자탕 먹으러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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