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너무 작아서[유안진]
물고기의 눈에는 물이 안 보이고
새의 눈에는 공기가 안 보이고
용의 눈에는 돌이 안 보인다지
꽃이 피면 꽃나무는 안 보이고
열매가 익으면 가지는 안 보이고
아기를 안으면 엄마 아빠는 안 보이지
젊은 家長을 대신하여 가스실로 들어가 준
막시밀리언 콜베神父도
나치의 눈에는 유태인으로만 보였겠지
마음은 공기는 우주는 신은 안 보이니까
눈은 너무 작으니까
눈이라고 다 눈은 아니라니까
* 사물을 그냥 바라보는 것은 視요,
스치듯 바라보는 것은 看이요,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는 것은 觀이다.
꽃이 피어도 꽃나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눈이 작아도 볼 건 다 보아야 한다.
어떻게?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아야 한다.
** 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주페의 다른 별명은 건빵눈이다.
건빵에 가스를 빼려고 바늘로 콕콕 찍어놓은 두개의 눈.
하지만 건빵눈을 가지고도 볼 건 다 본다.
와이셔츠 단추구멍보다도 작지만 볼 건 다 본다.
눈이 작다고 눈이 아닌 건 아니기때문이다.
마음도 보이고 공기도 보이고 우주도 보이며 신도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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