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아직은 이른 봄, 바람 사나운데
찬비 내린 날 아침 노란 산수유꽃들
새앙쥐 같은 눈 뜨고 세상을 본다
연하고 어린 것들 마음 설레게 하여
메마른 가지에 바글바글 붙어 있는
산수유꽃들 시리게 바라본다
세 이레 강아지들 눈 처음 뜨고
마루 밑에서 오글오글 기어나오듯
산수유꽃들도 망울 터뜨리고
새 세상 냄새 맡으러 기어나온다
산수유 마른 가지에 노란 꽃들이
은행나무에 은행 열리듯
다닥다닥 맺혀 눈 뜨는 것을 보면
찬비 그친 봄날 아침, 흐윽 숨 막혀
아득한 하늘 보며 눈감을밖에
* 인사동 경인미술관에 이제하시인의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바람이 하 사나와 먼저 경인미술관 바로 앞집에서 개성만두를 먹고 경인미술관을 둘러보았다.
에쿠우스를 연상케 하는 이제하화가의 그림은 말타듯 휙 둘러보고
마당에 핀 산수유꽃을 시리게 바라보았다.
그 옆에 목련 꽃망울이 고추처럼 턱턱 솟아 있었다.
아이쿠, 4월이 얼마 안 남았구나.
큰 딸아이가 목련꽃이 피던 날 태어나서 스물 두 살 아직까지 하얗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에도 산수유꽃이 딸 생일을 미리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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