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별들을 읽다[오태환]

JOOFEM 2009. 3. 25. 20:28

 

 

 

 

 

 

 

 

별들을 읽다[오태환]

 

 

 

 

 

별들을 읽듯 그녀를 읽었네
가만가만 점자點字를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그녀의 달걀빛 목덜미며
느린 허리께며
내 손길이 가 닿는 언저리마다
아흐, 소름이 돋듯 별들이 돋아
아흐, 소스라치며 반짝거렸네

 

별들을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하얀 살갗 위에 소름처럼 돋는 별들을
점자點字를 읽어내리듯이
내 손길이 오래 읽어내렸네
그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낱말들의 뜻을
눈치 못 채서 참 슬픈
내 손길이 그녀를 오래 읽어내렸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춘천 가는 길 백봉산 마루께에 돋는 별들을
점자點字를 읽듯이
희미한 연필선으로 반짝거리는 그녀의,
낱말들의 뜻조차 알지 못하면서
서운하게 서운하게

 

 

 

 

 

 

* 오선생님과는 1박2일을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아직도 소년처럼 순박함을 지녔으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나보다는 일년이 선배여서 다음에 만나면 말 놓을거예요,하시더니

저번에 대학로에서 만나니 정말 말을 놓아주신다.

작년에 자신의 저서도 직접 소포로 부쳐주셨다.

그야말로 선배는 영원한 옹달샘이라 배웠으니 앞으로도 나의 옹달샘이 틀림없다.

위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모습이 보고싶어진다.

아흐, 소름이 돋듯 별들이 돋아
아흐, 소스라치며 반짝거렸네 ,를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다.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낱말들의 뜻을  언제나 알게 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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