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바람꽃 [신달자]

JOOFEM 2009. 3. 29. 23:02

 

 

 

 

 

 

 

바람꽃 [신달자]

 

 

 

 

 

깃발도 아니면서

해가 지는 나뭇가지마다

너의 얼굴은 나부낀다

 

혼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너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숨어들어

내 작은 마음에

유리병처럼 꽃으로 와 피는가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보이지도 않으면서

사정없이 나를 흔들고

내 안에 가득하면서

붙들 수도 없는

너를 바람꽃으로 부르면 좋으냐

 

어디를 가고 있느냐

우리는 무슨 이름으로 가고 있는지

오늘도 나는 빈 방에서

한줄의 해답도 쓰지 못한 채

싱싱하게 잎새를 열어 벙그는

너의 웃음만 본다

 

너는 모르고 있는데

너의 얼굴

너의 목소리는

깊은 꿈 속까지 불어와

나도 모르게 적어 놓은

부끄러운 낙서들 흔들어 놓으니

 

눈에는 반짝이는 젖은 별 하나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숨어 꽃피는 내 사랑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 내 작은 마음에 유리병처럼 꽃으로 와 피는 꽃.

바람꽃이다.

누군가 날 위해서 기도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서 기도한다면,

틀림없이 바람꽃일 게다.

유리알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바람꽃일 게다......

 

 

** 신달자선생님은 며칠전 얼굴도 뵈었고 육성도 들었다.

오늘 티비에서 간증하는 모습도 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중 한분이다.

어머니처럼 자애롭기도 하고

가장 인간적인 시인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스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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