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덤[정진규]
일본 관심사(觀心寺)엘 부랴부랴 다녀왔다 새삼 마음을 관(觀)하고자 함이 아니라 거기
있다는 별무덤이 궁금해서였다 늦으면 천상(天上)으로 회수될 것 같았다 형상이 아니라
필시 상징이 분명한 그 실체를 감히 관(觀)코자 함이었다 하늘 놔두고 왜 하필 땅에 내려
와 묻히었을까 별똥별들의 부스러기일까 식은 빛들의 부스러기일까 땅이 하늘이라 믿는
구석이 그들 별들에겐 있었던 모양이다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된, 하늘과 땅이
한 몸이 된 그 장대(長大)한 무덤을 겁도 없이 나 관(觀)하고자 함이었다 무엇을 보았다
하느냐, 거기 있지 아니한가, 나 다만 묻고 답하였을 따름이다
* 물질을 바라보는 것은 견(見) 또는 시(視)하는 것일 게다.
마음을 바라보는 것은 관(觀)하는 것일 게다.
하늘에 있어야할 별은 지상으로 내려와 무덤에 묻힐 수도 있다.
별똥별이 운석이 되어 어디엔가 콱 박힐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의 세계에서 견(見)하는 것이다.
마음에서 빛나는, 혹은 빛났던 별이 무덤에 묻혀 빛도 없이 시체놀이를 한다면
관(觀)하지 않고는 볼 수가 없을 테다.
보았느냐,는 질문에 거기 있지 않느냐,는 답은 마음을 바라보았다는 말일 게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을 바라보거나 읽으면서도 무덤에 묻어놓고 살 때가 있다.
가끔은 관심사(觀心寺)에 가서 시체놀이하고 있는 별들을 바라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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