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풀빵 굽는 여자[김용만]

JOOFEM 2009. 4. 15. 19:32

 

 

 

 

 

풀빵 굽는 여자[김용만]

 

 

 

 

리어카 안 좁은 공간

남루한 옷매무시의 그녀

오늘도 변함없이 밀가루 반죽을 한다

 

냉랭한 빌딩 숲속 도심 한 켠

그녀의 짜디짠 삶을 닮은 듯한

잔뜩 일그러진 주전자가 쏟아내는

물컹물컹한 반죽 중심에 팥소를 놓는다

 

한껏, 달아오른 빵틀 속에서

허기처럼 식어가는 그녀의 일상이

향긋한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바쁜 발걸음소리, 높이는 목청

간간이 섞이며 식어가는 도시가 구워진다

 

해질녘, 가슴에 봉지를 품고

저마다 서두른 귀가만큼 텅 빈 반죽통

때로는 나를 비운다는 것이

누군가를 향해 뜨거워지는 것인가

 

통째로 햇빛을 비워낸 도시에

대낮보다 환한 밤이 밝혀지고

엿가락처럼 늘어진 네온 빛을 따라 구르는 리어카

안쓰런듯 찬바람이 부지런히 뒤를 밀어줄 때

형형색색 물든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 김용만씨는 우리 부서에서 근무한다.

나이 오십에 지금 대학을 다닌다. 공칠학번이고 문창과를 다닌다.

어쩌다 현장을 돌다보면 나를 불러 시문집을 한권씩 준다.

선배중에는 등단한 시인들이 더러 있으니 어쩌면 김용만씨도 등단을 꿈꿀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한껏 달아오른 빵틀에서 황금빛 잉어 튀어나오듯 황금빛 시가 튀어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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