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능소화[박제영]

JOOFEM 2009. 4. 16. 23:16

 

 

 

 

능소화[박제영]

 

 

 

 

요선동 속초식당 가는 골목길 고택 담장 위로 핀 꽃들, 능소화란다 절세의 미인 소화가 돌아오지 않는 왕을 기다리다가 그예 꽃이 되었단다 천년을 기다리는 것이니 그 속에 독을 품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란다 혹여 몰라볼까 꽃핀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니 참으로 독한 꽃이란다 담장 아래 꽃 미라들, 천년 전 장안에 은밀히 돌았던 어떤 염문이려니, 꽃핀 채로 투신하는 저 붉은 몸들, 사랑이란 무릇 저리도 치명적인 것이다

 

 

내 사랑은 아직 이르지 못했다 順伊도 錦紅이도 순하고 명랑한 남자 만나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아내는 내 먼저 가도 따라 죽진 않을 거란다 끝까지 잘 살 거란다 다행이다 이르지 못한 사랑이라서 참 다행이다

 

 

 

 

 

 

 

* 여름에 피는 꽃은 드물다.

그 중 나무 백일홍과 능소화가 여름에 피어나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능소화는 정말 독을 품었을까 꽃이 핀 채 그대로 투신한다.

땅에 떨어져서도 그 기품을 잃지 않는 꽃, 능소화다.

아마 이르지 못한 사랑이라서  한여름에 피어나는가 보다.

봄잡지에 실린 능소화를 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