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녹차를 마시며· 2 [홍수희]

JOOFEM 2009. 4. 21. 19:44

 

 

 

 

녹차를 마시며· 2 [홍수희]

 

 

 

 


너를 마시며

견디는 법을 배운다


달콤함도 요사함도 가지지 않은 네가

무슨 특별한 위안을 건네줄까만


소리 내지 않고 걷는 아둔함과

그 아둔함의 정직으로부터 오는

내밀의 고요는


꿀벌의 밀랍 같은

비밀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너를 마시며

견디며 꿈을 꾸는 법을 배운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도 내지 않았던

조선 여인네의 향기가 네게 있으니


안으로 잦아드는 법을 배우면

은밀한 그들만의 풍요로움이

찌들은 가슴도 데워 덥히리


너를 마시며

견디며 숨을 쉬는 법을 배운다

견디며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 회사에서 녹차잎을 우려먹는 이는 없다.

나 혼자 녹차잎을 우려먹고 대개는 티백에 담긴 것을 먹는다.

나는 도무지 티백은 맹맹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아마 대개는 티백속에 있는 곡식의 구수함을 즐기는가 보다.

찻잔에 녹차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놓으면 마알갛게 초록물이 우려지고 잎사귀는 예쁜 색깔로 변한다.

한 친구가 기웃거리길래 한잔 타주었더니 그 옆의 친구가 기웃거린다.

녹차의 참맛을 알았을까, 계속 기웃거린다.

 

차를 마시고 입안에 차향이 감돌때가 바로 조선여인네의 향기가 느껴질 때이다.

견디며 사랑하는 법을 기웃거리는 친구들에게 돌린다.

조선여인네의 향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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