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차밭에서 [정숙지]
때론. 뜻하지 않은 곳에
비밀한 사랑 하나 깃들인다
비워 두었던 마음 밭, 그 이랑 사이
산 아래 두고 온 사랑 눈앞에 어른거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이끌려
은행나무 노란 숲길로 접어들어 갔는데
무심히 스쳐 지나 버렸을 듯한 그곳에
오롯이 앉아 있는 차밭
눈 맑은 사람이 되어 바라보느니
노란 수술 선명한 하얀 차 꽃
그 속에 들어 있는 우주의 중심
투둑 투두둑 터져 나오는 소리
투득(透得), 환하게 깨달으며
비밀한 사랑,
차밭머리에서 그윽해지는
* 작년, 홍매화 꽃몽오리가 맺혔을 때
순천에 있는 선암사를 다녀왔다.
옷을 얇게 입고 가서 덜덜 떨면서 선암사를 둘러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쉬운 건 입구에 차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마시지 못했다는 거다.
선암사까지 와서 차를 마시지 못하다니......
그래서 투둑투두둑 터져나오는 우주의 소리를 깨닫지 못했던 게다.
기왓장값 내고 마시는 차는 꼭 마셔줘야 한다.
그래야 우주의 비밀을 터득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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