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선암사 차밭에서 [정숙지]

JOOFEM 2009. 4. 23. 21:22

 

 

 

 

 

 

선암사 차밭에서 [정숙지]

 

 

 

 


때론. 뜻하지 않은 곳에

비밀한 사랑 하나 깃들인다


비워 두었던 마음 밭, 그 이랑 사이

산 아래 두고 온 사랑 눈앞에 어른거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이끌려

은행나무 노란 숲길로 접어들어 갔는데

무심히 스쳐 지나 버렸을 듯한 그곳에

오롯이 앉아 있는 차밭

눈 맑은 사람이 되어 바라보느니

노란 수술 선명한 하얀 차 꽃

그 속에 들어 있는 우주의 중심

투둑 투두둑 터져 나오는 소리


투득(透得), 환하게 깨달으며

비밀한 사랑,

차밭머리에서 그윽해지는

 

 

 

 

 

 

* 작년, 홍매화 꽃몽오리가 맺혔을 때

순천에 있는 선암사를 다녀왔다.

옷을 얇게 입고 가서 덜덜 떨면서 선암사를 둘러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쉬운 건 입구에 차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마시지 못했다는 거다.

선암사까지 와서 차를 마시지 못하다니......

그래서 투둑투두둑 터져나오는 우주의 소리를 깨닫지 못했던 게다.

기왓장값 내고 마시는 차는 꼭 마셔줘야 한다.

그래야 우주의 비밀을 터득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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