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산
봄밤 [송찬호]
낡은 봉고를 끌고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어물전을 펴는
친구가 근 일 년 만에 밤늦게 찾아왔다
해마다 봄이면 저 뒤란 감나무에 두견이 놈이 찾아와서
몇 날 며칠을 밤새도록 피를 토하고 울다 가곤 하지
그러면 가지마다 이렇게 애틋한 감잎이 돋아나는데
이 감잎차가 바로 그 두견이 혓바닥을 뜯어 우려낸 차라네
나같이 쓰라린 인간
속을 다스리는 데 아주 그만이지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아, 그 쓰린 삶을 다스려낸다는 거!
눈썹이 하얘지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일찍
그 친구는 상주장으로 훌쩍 떠나갔다
문 가에 고등어 몇 마리 슬며시 내려놓고
* 명목상으로는 내일밤까지만 봄밤이다.
달이 바뀌면 여름이라 부를 게다.
쓰린 삶을 다스리기 위해 친구와 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 있다는 거
그거 복받은 일이다.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슬며시 봄밤의 우정......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자리 [천양희] (0) | 2009.06.04 |
---|---|
밥그릇 경전[이덕규] (0) | 2009.06.01 |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0) | 2009.05.23 |
꽃[함민복] (0) | 2009.05.21 |
요괴인간[권혁웅] (0) | 2009.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