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말똥 한 덩이[공광규]

JOOFEM 2010. 1. 3. 20:24

 

 

 

 

 

 

 

 

 

말똥 한 덩이[공광규]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

광교 위에  똥 한 덩이를 퍽! 싸놓았다

인도에 박아놓은 화강암 틈으로

말똥이 퍼져 멀리멀리 뻗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잘게 부순 풀잎 조각들

풀잎이 살아나 퇴계로 종로로 뻗어가고

무교동 인사동 대학로를 덮어간다

건물 풀잎이 고층으로 자라고

자동차 딱정벌레가 떼 지어 다닌다

전철 지렁이가 땅 속을 헤집고 다니고

사람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고물거린다.

 

 

 

 

 

 

 

* 도심 한가운데에서 말똥을 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청계천을 딱 한번밖에 안가보아서 관광마차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있다면 퍽!이 아니고 철퍼덕!하고 싸놓을 것만 같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는 익룡이라 하여 날아다니는 공룡이 있었던 모양인데

몸집이 거의 하마만 했다니 그 넘이 공중에서 똥 한 덩이를 뿌지직!한다면

지상의 생물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나마 똥은 중량이 나가는 까닭에 중력으로 하강한다지만 방귀라도 뀌는 날이면

혹시 오존층이 파괴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현대에는 익룡이 안살고 있어 다행이다.

대체로 공광규시인의 시는 재미가 있다.

재미는 원래 소설에 있는 특성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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