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 어느 구석에서......
경아의 나무사이로에서......
적당한 거리[공광규]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수목정원 한쪽
바위에 기댄 소나무 허리에 흉터가 깊다
일생을 기대보려다 얻은 상처인 것이다
일곱 가지 보물로 지은 법당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이 산다는 도솔천
지장보살도 어쩌지 못하는 관계가 있나 보다
내원궁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거리를 두고 환하다
당신과 나,적당한 거리가 도솔천이다.
* 적당한 거리는 아름다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동네 현충사 들어가는 길에는 은행나무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다.
인간과 쥐는 공간에 아주 민감한 동물이라고 한다.
공간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난폭해진다고 한다.
공간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넉넉해진다는 말일 게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래 갈 수 있다.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평행선을 그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평행선 우리는/서로 만나 본 적도 없지만/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 하고/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 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너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버리며/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 본 적도 없지만/둘이 되어 본 적도 없습니다. 평행선[김남조]전문"
새해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름다운 사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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