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꽃[공광규]
돈 벌러 가출하여
이놈 저놈한테 뜯어 먹히고
버림받은 우리 누이
이른 봄
병든 아버지 문안 인사하러 왔다가
차마 동네 어귀를 넘지 못하네
이놈 저놈한테 버려져
거친 물살에 떠내려가다가
바윗돌 움켜잡은 우리 누이
이른 봄
화장발 부끄러운 얼굴로
차마, 동네 어귀에서 환하네.
* 접두어로 '개'자가 붙으면 흔하다든지 잡스럽다든지 가치가 없다든지 그런 의미를 등에 달고 있다.
들판에 흔하디 흔한 개망초같은......
하지만 인간은 평생을 존귀하게 살아야할 존재인데
그럼에도 인간이 평생을 개복숭아꽃이 아닌 복숭아꽃으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인간의 존귀함은 화장발로도 조명발로도 뽀샵처리로도 안되는 것이므로
버림받지 않고 뜯기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존귀하게 살 일이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돌공장 그녀는[길 상호] (0) | 2010.02.06 |
---|---|
나는 너다 503.[황지우] (0) | 2010.02.05 |
교가를 부르다[맹문재] (0) | 2010.02.03 |
버리긴 아깝고[박 철] (0) | 2010.01.31 |
안개의 기원[박제영] (0) | 201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