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벽돌공장 그녀는[길 상호]

JOOFEM 2010. 2. 6. 10:33

 

    * 고구마는 고구마밭에서 잘 자랄 수 있는데 검은 비닐봉지에서 싹을 틔워 우리집 티비위에서 저렇게 살게 되었다.

 

 

 

 

 

 

벽돌공장 그녀는[길 상호]

 

 

 

 

모래 속에 사는 물고기

세상 뭐 볼 게 있냐고

질끈 아래 위 눈썹 지퍼를 채우고

모래 씹으며 사는 물고기

물살의 부드러운 손길도 잊은  지 오래

푸른 물풀의 손짓도 잊은 지 오래

성긴 아가미로 시간을 걸러

사각틀에 꾹꾹 다져넣다 보면

수북이 쌓여가는 모래벽돌

건들기만 해도 허물어질 몸으로

단단한 집 한번 지어보겠다고

지느러미 쉬지 않는 물고기

몸에 박힌 모래알갱이

햇빛 아래 반짝이는 비늘이라고

애써 흔들리는 웃음 지어보지만

낮잠 시간이 되면 아무 데서나

무게를 못 이기고 스르륵

모래더미로 내려앉는 물고기

 

 

 

 

 

 

 

 

*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모래 속에서 산단다.

환경에 적응하면 살 수야 있겠지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자면

물고기는 모래 속이 아닌 물 속에서 살아야 한다.

똑같이 바람에 날려간 민들레 홀씨들이지만

어느 것은 척박한 바위틈에

어느 것은 논밭에

어느 것은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살기야 살겠지만 평생을 척박한 바위틈에서 살든지

논밭에서 농부의 손에 제거되든지

아니면 좋은 땅에서 잘  살든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를 테다.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찍는 그녀는 척박한 땅에서 애써 웃음지으며 산다.

고단한 삶이 모래알처럼 씹히는데도 자유로움을 잊고 산다.

문득 한대수가 부른 '물 좀 주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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