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버리긴 아깝고[박 철]

JOOFEM 2010. 1. 31. 19:38

 

         누군가에게 주려고 했던 막내딸 자전거. 지금 아들이 타고 다닌다.

 

 

 

 

 

 

버리긴 아깝고[박 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멋진 사인을 해서 시집을 선물해준다면

아마도 식당 여주인은 일부러 전화를 걸어 아귀찜을 대접했을 테다.

그랬다면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지 않아도 될 게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재활용품을 선물하지 말라.

내가 당신에게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음을 알려주라.

존귀감을 느끼도록 해주라.

 

(박철시인은 맛있는 것을 주고받는 눈빛이라 하였지만

도무지 그런 눈빛같지 않음은 내 존귀감에 마음이 상했기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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