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상강霜降 가자[천서봉]

JOOFEM 2010. 2. 10. 23:22

 

 

 

 

 

 

 

상강霜降 가자[천서봉]

 

 

 

 

   한로 지나 상강 가자. 허름하고 컴컴한 주방의 도마소리, 사람을 위한 한 끼가

신병처럼 끓는, 새벽 지나 상강 가자.

 

   의자 없는 식당에 들러, 철 지난 나비처럼 들러, 어리어리 잠든 당신 손등 어루

만지는 햇살 지나, 바람 넘어 상강 가자.

 

   상처 난 도마 위에서 사각사각 썰리던 하루 기억하는지, 거기 두고 온 부지깽

이 같은 당신이 아직도 누구를 위한 한 끼를 짓는 을씨년.

 

   그래도 상강 가자. 웃옷 하나 쯤 더 걸쳐도 좋을 추억 지나 상강 가자. 서리서

리 고개 흔들며 사랑 하나 털고 가자. 이제, 당신 지나 상강 가자.

 

 

 

 

 

 

 

 

* 상강은 24절기중 가을 맨 끄트머리에 있다.

며칠전 입춘이 지나고 이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기다리고 있다.

이 24절기는 신기하게도 음력이 아니고 양력으로 날짜가 정해져 있다.

절기는 대화의 중요한 도구가 되는데

직장생활하면서 사오십명을 모아놓고 조회나 석회를 할 때 절기 내지는 날씨얘기가

대화의 시작을 여는데 가장 좋은 재료가 된다.

아마 부모님에게나 친구에게나 오랜만에 전화 걸면서도 서두에 하기 좋은 말이다.

내일은 눈이 온대.

오늘 비가 온다네.

모레부터는 더 추워진대.

어, 오늘이 경칩이네.

야, 드디어 춘분이다.

......

여기다 설날 한식 단오 추석 초복 중복 말복이 있으니 일년중 이십칠일은 대화재료가 있는 셈이다.

아, 이제 입춘 지나 우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