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최승자]

JOOFEM 2010. 2. 15. 10:34

 

                                                                                                                                       한운성  매듭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최승자]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무수히 해가 뜨고 해가 져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씩 초인종이 울려도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고

그녀는 이미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또 오늘의 요리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부엌 창문턱의 작은 아이비 화분,

먼 꿈 하나

댕그라니

꿈에도 비에 젖지 못할

 

 

 

 

 

 

 

 

* 최승자의 시는 다분히 염세적인 것도 같다.

인간이 갖는 삶의 리비도를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도 같고

인간의 욕망이나 욕심이 잘못된 것처럼 사유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며 왠지 떠나야할 것만 같은 세상이고 세계이다.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도 없고 시간이 잘못된 것도 없다.

그냥 역사는 그것 자체가 역사일 뿐이다.

탓한다고 잘못된 것을 지적한다고 해서 바뀌어지지 않는다.

반복을 되풀이하고 그게 그냥 우리의 삶이다.

'이상하게 본 것 같네'라는 개그어처럼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는 미래에도 우리의 삶은 데자뷰(deja vu)처럼

늘 꿈에서 본 것 같고 있었던 현실같고 그런 것이다.

시집의 제목만큼이나 '쓸쓸해서 머나먼' 세계가 엿보여 우울해지는 기분이 든다.

 

사족일진 모르겠는데

가끔씩 초인종이 울려도,가 가금씩 초인종이 울려도,라고인쇄되어 있던데

문지사의 실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니면 나 모르는 새 문법이 바뀐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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