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나는 삼류가 좋다 [김인자]

JOOFEM 2010. 4. 3. 10:46

 

 

 

 

 

 

 

 

 

나는 삼류가 좋다 [김인자]

 





 
이제 나는 삼류라는 걸
들켜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는 자진해 손들고 나온 삼류다.
젊은 날 일류를 고집해 온 건
오직 삼류가 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더러는 삼류 하면 인생의 변두리만을 떠올리지만
'당치 않는 말씀'.
일류를 거쳐 삼류에 이른 사람은 뭔가 다르다.

뽕짝이나 신파극이 심금을 울리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너무 편해 오래 입어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낡은 옷 같은 삼류.
누가 삼류를 실패라 하는가.

인생을 경전(經典)에서 배우려 하지 말라.
어느 교과서도 믿지 말라.
실전은 교과서와 무관한 것.

삼류는 교과서가 가르쳐 준 문제와 해답만으로는 어림없는 것.

 

 

 

 

 

 

 

* 야구에서는 일루와 이루, 그리고 삼루가 있다.

스코어링 포지션은 대개 이루여서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타자를 이루로 내보내기 위해 스퀴즈번트도 시도한다.

일루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삼루는 그야말로 조금만 변화를 주면 곧바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일류로 산다는 건 뒤에서 누가 한방 터뜨려주어야 비로소 점수를 얻는 게다.

이류로 도루하고 삼류로 내달리지 않으면 점수를 얻을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꼭 일류로 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범적인 일류로 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일류보다는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는 이류와 삼류가 훨씬 성공적이다.

교과서는 깨달음을 주지 않는다. 일류의 점수는 주지만 인생의 점수는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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