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춘설 [유금옥]

JOOFEM 2010. 3. 18. 12:46

 

 

 

 

 

 

춘설 [유금옥]

 

 

 

 

고장에서는 눈을 치우지 않습니다
고장에서는 봄도 치우지 않습니다

지난 가을 요양 나는

그리움을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대관령 산비탈 작은 오두막

여기서 내려다보면, 내린 마을이

하얀 도화지 같습니다

낡은 함석집들의 테두리와 우체국 마당의 자전거가

스케치 연필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3, 겨울이 고장에서는

폭설이 자주 내리지만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여름도 가을도 치운 적이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도시처럼 눈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다만, 담뱃가게와 우체국 가는 길을

밀쳐놓았을 뿐입니다 나도 山만한 그대를

밀쳐놓았을 뿐입니다


아래 조그만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면사무소 뒷마당,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포클레인 대가 보입니다

지지난해 들여놓은 녹슨 추억도 고장에서는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 봄에 웬 눈이.......

밤새 폭설이 내려 아침 출근길 막더니 여기저기 빙판 사고나고 다쳐서 눕는 사람도 나오고

이게 웬일입니까?

이제 봄이라고 눈이 와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춘설이 내려도 무덤덤하게 그냥 삽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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