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을 찾아서

[스크랩] 단단한 말 - 철물점여자[홍정순 시집] 현대시세계 시인선 45/ 출판사 북인/ 2013.12.20

JOOFEM 2013. 12. 20. 07:37

 

 

 

 

'현대시세계 시인선' 45권. 2009년 계간 시전문지 「시안(詩眼)」의 제22회 신인상을 수상했던 '철물점 여자' 홍정순 시인이 데뷔 5년 만에 첫 시집을 펴냈다.

당시 신인상 최종 심사를 맡았던 신달자 시인은 홍정순 시인의 시에 대해 "세련되거나 미끈한 이미지 형상은 없으나 과장됨 없이 생활의 궁핍과 너절한 것들을 맑게 떠올리는 재주가 있다"면서 "생활현장에서 얻은 삶의 조각들을 재구성해 시류에 현혹되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평했다.

시집 <단단한 말>에는 유독 철물점 이야기가 많다. 홍정순에게는 철물점에 진열된 수많은 사물들을 '말[言]'하는 생물체로 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다. 그래서 빠루, 망치, 장갑, 노기스, 못, 삽, 호스, 연탄집게, 칼, 낫, 도끼, 타카, 콤프레샤, 철판, 전선, 그릇, 써치라이트 등등이 시의 곳곳에 등장하여 때로 슬퍼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고 부대끼며 시인과 함께 살아간다.

 

단양에서 14년째 철물점 운영 중인 홍정순 시인의 첫 시집『단단한 말』출간
2009년 계간 시전문지『시안(詩眼)』의 제22회 신인상을 수상했던 ‘철물점 여자’ 홍정순 시인이 데뷔 5년 만에 첫 시집 『단단한 말(부제, 철물점 여자)』을 펴냈다. 당시 신인상 최종 심사를 맡았던 신달자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은 홍정순 시인의 시에 대해 “세련되거나 미끈한 이미지 형상은 없으나 과장됨 없이 생활의 궁핍과 너절한 것들을 맑게 떠올리는 재주가 있다”면서 “생활현장에서 얻은 삶의 조각들을 재구성해 시류에 현혹되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는 호평 덕분인지, 여자의 몸으로 힘든 철물점을 운영하는 특이한 직업 탓인지, 여러 언론사에 기사화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단양고등학교 재학시절 문학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게 됐고, 10여 년의 습작 기간을 통해 시인이 되었고 시인의 길로 들어선 지 5년 만에 자신의 첫 시집을 드디어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대학도 포기했다는 홍정순 시인은 그토록 여린 몸으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에도 시댁의 가업인 철물점(대강종합건재)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하고픈 시에 대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홍정순의 첫 시집『단단한 말』에는 유독 철물점 이야기가 많다. 홍정순에게는 철물점에 진열된 수많은 사물들을 ‘말[言]’하는 생물체로 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다. 그래서 빠루, 망치, 장갑, 노기스, 못, 삽, 호스, 연탄집게, 칼, 낫, 도끼, 타카, 콤프레샤, 철판, 전선, 그릇, 써치라이트 등등이 시의 곳곳에 등장하여 때로 슬퍼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고 부대끼며 시인과 함께 살아간다.
「양은냄비」라는 시를 통해 “주름지고 휘어진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상처를 익혀 상처에 붙이던 과거/ 이미 푹 익은 아픔이 안으로 휘어져 온” 자신을 노래하기도 한다. 시인의 몸과 정신은 사물까지 확장된다. 보이는 모든 존재를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고 자신의 살붙이로 인식한다.

못 뽑을 듯
계절을 함부로 바꾸고
달과 해를 들쑤시며 오는
그 이를 기다린다
진입도 이탈도 못 하는 못 박힌 여자
(詩라도)
안 쓰면 못 견뎌 못 살 여자
호락호락 쉽지 않은 세상에
악착으로 못 박힌 여자
열고 뽑아줄 그 이를 기다린다
무거운 삶 기울어진 안전모이지만
빛나는 명찰 같은 언어를 달고
무쇠처럼 단단한 말로 오는 이
못 박혀 살던
나 이제 그만 그 이에게 다 내주고 싶다
― 「행복-빠루 2」 전문

“시선이 닿는 곳까지가 다 자신의 살”이라는 베르그송의 인식을 넘어 시선에 닿는 모든 존재가 홍정순의 살이 되고 정신이 된다. 그리고 거기서 생의 강한 희망을 본다. 물질을 잃고 정신을 얻은 자의 경지를 홍정순은 눈 똑바로 뜨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래서 다시 홍정순은 더욱 강하고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그런 정신적 가치를 소유한 존재에게 자신을 다 내주고 싶다는 “단단한 말”을 함부로 멋있게 해대는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오래오래 쥐게 될 단단하고 긴요한 철물 같은’ 홍정순의 시들
5년 전 시「철물점 여자」로 등단한 이후 홍정순 시인은 “시퍼렇게 목을 베어 걸어놓”(「낫」)을 만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다. 턱뼈를 꽉 물고 어금니로 몇 번 씹어 뱉어내는 듯한 그의 결심에는 묘한 기운이 들어 있었다.

사십 고개 넘고서야
겨우 알겠다
철녀와 마녀는
이음동의어였다

마녀를 품에 안고
철녀 되기를 원했던 시절
무른 무르팍에 보철을 대고
일생 기어 다녀도 괜찮겠다고
집쥐 한 마리로 밤새
매장을 들락거리다

새벽이 오면

밤 샜네
그래도 나는 철녀야 입때껏 철없는
여자야

철문을 열었다

사십 고개는 높고 높았다
마녀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사냥 다 끝낸 철녀가 남았다
별 수 있겠어?
모두가 세월에 빚지는 거지
비 맞을 때마다 푸르게 녹스는
나무들의 부활을
너도 부러워할 때가 된 거야
― 「철녀」(전문)

“비 맞을 때마다 푸르게 녹스는 나무들의 부활”처럼 홍정순 시인도 “부활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홍정순 시인은 이미 부활한 조짐을 그의 첫 시집『단단한 말』의 곳곳에서 내비치고 있다. 시집 중간 중간 끼어 있는 짧고 강렬한 시들이 그의 부활을 예비하는 징후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홍정순 시인의 첫 시집『단단한 말』발간을 축하하며 시집 뒤표지에 짧은 글을 쓴 고영민 시인은 “홍정순 시인의 시는 그 자체로 삶이다. 철물鐵物이다. 철물이 그렇듯 어떤 겉멋도 장식도 없다. 하지만 모든 철물이 그렇듯 좋은 날을 갖고 있다. 그녀의 시 편편은 말한다. 삶이 문학의 원천이라고. 문학은 삶의 진리에 충실해야 하며 삶의 본성은 다름 아닌 바로 있는 그대로의 것이어야 한다고. 삶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늦은 밤 나는 떠다놓은 물 한 모금을 넘기며 그녀의 시에서 전해지는 사람과 일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태도에 대해 동의한다. 그리하여 ‘개줄 하나 팔고, 물통 하나 파는’ 홍정순 시인의 시가 ‘사람 손 가야 비로소 제값 하는 무수한 연장들(시 「철물점 여자」)’처럼 누군가의 손에 오래오래 쥐게 될 단단하고 긴요한 철물이 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퍼왔습니다.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JOOFE 원글보기
메모 : * 주페하우스를 가장 많이 찾아준 아카바님, 드디어 등단 오년만에 첫시집을 내었습니다. 축하하고 앞으로는 철물점이란 좁은 세상에서 더큰 세상으로 나와 큰 시인이 되길 바랍니다. 주페는 팬클럽회장 내지는 보디가드로서, 시민으로서 성실할 것이니 좋은시를 많이 짓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