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주페의 입원기

JOOFEM 2015. 6. 1. 22:22

 

 

 

 

 

 

 

누가 병원에 입원하면 음료수를 사들고 병문안을 가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팔자(?) 좋게 누워서 주는 밥 받아먹고

병문안 오는 사람들을 깨알같이 수첩에 적나, 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드디어 입원을 했다. (이렇게 신날 수가!)

그룹사중에 병원이 세 개가 있는데 창원에 두 개, 구미에 한 개가 있다.

구미로 정기검진 받는다고 갔더니 대장내시경 때문에

특실에 입원을 시켰다.

넓은 특실은 병상 하나에 소파, 샤워실 딸린 화장실, 그리고 가족들이

같이 지낼 별도의 공간에 소파와 식탁이 있었다.

간호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특실문을 딸깍 잠그고 나니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아침, 점심에 죽을 먹었는데 저녁도 죽이다.

이건 멀건 죽이다.

일곱시 전에 식사를 마쳐야 하므로 얼른 한 끼를 때웠다.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한 끼. 소중한 한 끼!

그러고 나서 드디어 고약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년 전에 이리터를 다 마시지 못해 의사한테 엄청 혼나서

이 나이에 어린 의사한테 혼나면 안 되지, 싶어

오백 밀리를 원샷하고 삼십분 뒤에 또 오백밀리를 원샷했다.

오, 이거 마실 만하네.

추가로 생수도 오백밀리 마시고.

그리고는 누워서 태블릿으로 지난 티비 보기로 예능 프로 좀 보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또 오백밀리. 삼십분 뒤에 또 오백밀리.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만큼 원샷을 연출했다.

결국 총 삼리터의 물을 마시고도 이백밀리를 더 마셨다.

이것저것 검진 받고 관 속에 들어가 굴착기 소리도 잠결에 듣고

마지막에 위와 대장을 검사했다.

오년 전에는 대장을 내 두 눈으로 보면서 검사했는데

이번에는 잠결에 받았다.

깨끗하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끼며 오년은 버티겠다, 싶다.

위에는 발긋발긋한 게 있다며 약 처방을 해 준다.

술도 안 먹는데 왜 발긋발긋할까.

암튼 입원을 하여 문안객 없는 쓸쓸한 입원기를 썼으니 만세다!

대장내시경 받을 때 약물 없이 검사하는 법을

오년 안에 개발하는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할 게다.

윽, 정말 고약한 물이다.

검진이 끝나면 늘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 세 끼 죽 먹고, 한 끼 굶고 검진 후에 또 죽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