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슬픔의 뒤축 [이대흠]

JOOFEM 2024. 5. 31. 22:55

 

 

 

 

 

슬픔의 뒤축 [이대흠]

 

 

 

 

  슬픔은 구두 같습니다 어떤 슬픔은 뒤축이 떨어질 듯 오

래되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 오래 함께했던 슬

픔입니다 너무 낡은 슬픔은 몸의 일부인 듯 붙어 있습니다

슬픔은 진즉 나를 버리려 했을 것이지만 나는 슬픔이 없는

게 두렵습니다 이미 있는 슬픔도 다하지 않았는데 새 슬픔

을 장만합니다

 

  새로운 슬픔은 나를 쓰라리게 합니다만 슬픔을 버릴 생각

을 하지 못하고 슬픔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남의 슬픔을 가

져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잠깐 빌릴 뿐입니다

 

 

               - 코끼리가 쏟아진다, 창비, 2022

 

 

 

 

 

 

*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고 있을 때가 화양연화이겠지요.

너무 낡아서 신기조차 민망할 땐 자존심도 내려놔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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