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러스크 [김미량]

JOOFEM 2024. 7. 11. 12:49

어릴 때 많이 먹었어요. 바삭바삭!

 

 

 

 

 

러스크 [김미량]

 

 

 

 

잘라낸

식빵 테두리를 살려야 한다고

오전의 주방으로 뛰든 사람

 

버릴 것도 아닌데

버려지리라는 앞서가는 마음의 테두리처럼

 

문 여는 소리에 놀라

빵 터져버린

비닐봉지를 뜯던 배고픔처럼

 

테두리가 전부인 우리를 나란히 펼쳐놓고 

고민에 빠졌던 그날

 

홀짝은 게임이잖아

네가 이기고 내가 지거나

그 반대이거나 우리는 말다툼에 집중하지

훌쩍은 습기 가득한 습관인지

식빵의 슬픔인지

 

부드러울 때 먹어야 한다는 거

사랑도 식탐도 시효가 있다는 거

 

오후의 간식을 위해

바삭한 에어프라이어 온도를 예열한다

시나몬 가루 톡톡 뿌린다

 

우리는 거절하기 힘든 버터 향을 맡았을 거야

화해의 세계로 뛰어들어

마주 보고 킁,킁, 

 

 

                - 신의 무릎에 앉은 기억이 있다, 달아실, 2023

 

 

 

 

 

 

 

* 할아버지는 늘 할머니에게 식빵껍질을 벗겨주고 껍질만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냠냠 식빵의 속살만 먹었습니다.
오십년이 지난 어느날 할아버지가 식빵껍질을 할머니에게 확 던지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 이느무 할망구야, 나도 속살이 먹고 싶다구.

오십년동안 참았던 할아버지의 사랑이 참 대단합니다.
식빵껍질, 잘 튀겨서 러스크로 바삭바삭 사이좋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