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질문들 -병맛을 위한 찬가 [유현아]

JOOFEM 2024. 6. 29. 10:23

그림상으로는 긴 주름치마의 모습이 안나타나네.ㅠ,ㅠ

 

 

 

 

 

질문들 -병맛을 위한 찬가 [유현아]

 

 

 

 

손을 움켜쥐고 병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 애썼지

오로라가 날아다니는 병 속 세계를 펼치고 싶었지

깔깔거리는 웃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지

너는 병맛 스타일로 세계를 제패하는 거지

닌나난나 닌나난나 자장가를 들려주면서 말이야

 

병맛이라는 단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너는 떠다니는 병맛을 알기 위해 노래를 마시기 시작했지

손을 집어넣을 때 물컹거리는 단어들을 주워가면서 말이야

 

병맛엔 어떤 힘이 있는 거니

왜곡된 청구서 속에서 너는 있는 힘을 다해

마셨던 노래를 화염병처럼 투척하는 거지

그러면 파바바박 노래가 터지는 거지

붉은 마녀가 움켜쥔 병이 심드렁해질 때까지 말이야

 

그런 구린 스타일을 병 속에 넣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병맛엔 너의 거룩함을 방해할 맹탕이 숨어 있는 거지

혀를 잃어버린 맛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다는 말이야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 창비, 2023

 

 

 

 

 

 

* 어릴 때의 코카콜라는 예쁜 병에 담겨져 있었다.

집에는 오프너가 있었고 오프너로 뻥! 뚜껑을 따면 탄산가스가 노래를 불렀다.

컵에 따르지 않고 입 대고 한모금 마시면 톡 쏘는 병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병에 든 것보다 알루미늄캔에 든 것을 팔기에 병맛을 느낄 수 없다.

얼마전 막내에게 왜 요즘엔 병에든 콜라를 팔지 않니? 했더니

열심히 찾아서 병에 든 콜라를 파는 피자집을 알려준다.

당장 찾아가서 병맛을 느끼며 피자 한판을 때렸다.

 

잘록한 허리에 스커트 모양으로 디자인된 예쁜 병에 담긴 콜라는

캔에 담긴 콜라보다 훨씬 톡 쏘고 맛이 있다. 그게 병맛이라는 거지.

거룩한 맛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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