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봄날의 국수 [박시우]

JOOFEM 2025. 10. 9. 10:08

 

 

 

봄날의 국수 [박시우]

 

 

 

 

식탐 없는 엄마가 하루는

국수를 달라고 했다

엄마를 돌보던 누님은

형제들을 부르고 눈가를 훔치며

뜨거운 국수에 울긋불긋한 고명을 얹었다

분홍색 턱받이를 두른 엄마는

벚꽃 지는 속도로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더는 떨어질 꽃이 없는 늦은 봄날

그게 생애의 마지막 식사

가장 쓸쓸한 국수였다

 

 

            - 내가 어두운 그늘이었을 때, 걷는사람, 2025

 

 

 

 

* 추석이면 형제자매가 모여 음식을 나눈다.

지금은 자리에 없는 엄마 아부지를 생각하며 맛있게도 얌냠한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은 생애의 마지막 식사가 떠오른다.

그래, 엄마는 이걸 좋아하셨지, 아버지는 저걸 좋아하셨지.

하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식사가 엉뚱한 것이어서 더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 좋아하시던 걸 드시면 좋았을 것을!

아마도 마지막 식사를 하고 마지막 배설을 순하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추석 밥상에는 늘 엄마 아부지의 마지막 식탁이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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