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모비 딕[이형기]

JOOFEM 2005. 7. 23. 16:02

 

모비 딕[이형기]

 

 

 

 

 

영화는 끝났다.
예정대로 조연들은 먼저 죽고
에이허브 선장은 마지막에 죽었지만
유일한 생존자
이스마엘도 이제는 간 곳이 없다
남은 것은 다만
불이 켜져 그것만 커다랗게 드러난
아무것도 비쳐주지 않는 스크린
희멀건 공백
그러고 보니 모비 딕 제놈도
한 마리 새우로
그 속에 후루룩 빨려가고 말았다
진짜 모비 딕은
영화가 끝나고나서야 이렇게
만사를 허옇게 다 지워 버리는
그리하여 공백으로 완성시키는
끔찍한 제 정체를 드러낸다

 

 



* 희멀건 공백속에 우리는 늘 시를 쓰고 지운다.
그 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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