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장수하늘소를 찾아서[이건청]

JOOFEM 2005. 7. 23. 16:01

 

장수하늘소를 찾아서[이건청]

 

 

 

 

 

장수하늘소를 보고 싶어 산으로 가니
산은 풀과 나무에 덮여 있을 뿐
그는 보이지 않는다.
발소리를 죽여 억새숲에 가봐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봄부터 늦가을
무서리가 내릴 때까지 억새풀엘 가봐도
장수하늘소는 보이지 않는다.
장수하늘소는 아마 억새숲에 오지 않는가보다.
장수하늘소가 보이지 않는다.
조심조심 밤나무숲엘 가봐도
흔적은 없다. 아마
장수하늘소는 밤나무숲에 오지 않는가 보다.
상수리나무 그루터기엘 가본다.
상수리나무가 쓰러지고 그루터기만 남아
썩어가고 있는 거길 가서 흙에 묻힌 뿌리를
파본다. 묻힌 채 썩어가고 있는 거기
장수하늘소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장수하는소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 산에 장수하늘소는 살지 않는가보다.





* 우리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만 현존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

장수하늘소도 내 어릴 적엔 서울에서도 잡힌 곤충이다.

지금은 아주 산골짝에 가야 잡힐지 그럴 것이다.
살면서 이렇듯 내 주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 많이 있다.

때로 이런 것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이런 그리움은 나를 괴롭힐 일이다.

장수하늘소를 보러 올해는 산골짝을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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