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목계장터[신경림]

JOOFEM 2005. 7. 23. 16:08

 

목계장터[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 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지금은 자연조차 인공적이라 생각되지만

우리 어렸을 땐 시골 장터야말로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장터속에 사람냄새, 밥냄새, 그리운 어머니의 냄새가 느껴졌댔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혹 들꽃처럼 살아가는 민초들에게서 우리의 삶은 향기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장터는 날더러 민초가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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