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저녁놀[임영조]

JOOFEM 2005. 7. 23. 16:17

저녁놀[임영조]

 

 

 

드디어 한 생이 저문다
이승에서 풀다 남은
한 자락 고뇌가 탄다

제 허물을 거두듯
청빈한 그림자를 지우며
말없이 빈 손으로 떠나는 사람
마지막 뒤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고 서럽다

그래, 잘 가라
슬픈 기억마다 불을 지르고
산그늘 무너지는 들녘 끝에서
맨살로 혼자 타는 그리움이여
그 뒤를 뉘엿뉘엿 따라가면
어느덧 밤인가 죽음인가

가야할 때를 알고
젊은 날 빛부신 아픔을
더러는 죽음을 예비하고 산 사람은
유언도 저렇듯 선명한 빛깔일까?

 

 

 

 



* 인생을 살면서 저녁놀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여유라고 보여진다.

바쁜 도시생활 가운데 아침을 아침으로 바라다 보거나

저녁을 저녁으로 바라다 볼 수 없음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화살처럼 지나가는 그 시간들 속에 어느날 갑자기 저녁놀이 찾아오고 인생의 황혼기가 될 터이다.

잠깐만이라도 눈을 들어 저녁놀을 바라보자.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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