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이슈중에 촌지문화라는 것이 있다. 촌지가 뭐에요? 하고 물으면 사실은 사전적인 의미의 촌지는 얼마되지 않는 적은 선물이란 뜻으로 자기의 선물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나는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학교를 가본 일은 없지만 학년이 끝나는 날은 아이들 손에 돈만원쯤하는 롤케익을 들려 보낸다. 일년동안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헤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일종의 촌지인 셈이다. 그러나 촌지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얀 봉투일 것이다. 봉투를 의인화해서 만든 영화가 [선생 김봉두]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는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교장선생에게 매일매일 혼나는 이른바 문제선생.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고, 학부모들의 각종 돈봉투를 적극 권장, 장려하던 어느 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더니 김봉두는 봉투 사건으로 인해 강원도 오지의 시골분교로 발령된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의 마을로 쫓겨난 김봉두. 전교생이라고는 달랑 5명. 더구나 돈봉투는 커녕 각종 채소, 김치, 과일 등을 나누어 주는 너무도 순진한 마을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에게는 불만이다. 1교시 자습, 2교시 미술, 3교시 체육...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던 김선생. 하루빨리 서울로 재입성할 기회를 노리던 김봉두는 전교생을 전학보내고 학교를 폐교할 계획을 세운다. 우선 아이들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주기 위해 방과후 특별과외에 매달리는 김선생. 그런 김선생의 시꺼먼 속마음과 달리 오히려 마을 주민들과 교육청은 훌륭한 김봉두 선생으로 인해 폐교 방침을 재고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봉두가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마을에 갑자기 학교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겠다는 사업가가 등장하고, 김봉두는 그들로 인해 그동안 잊고 지내던 돈봉투의 위력을 맛보는데... 마지막 졸업식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이지만 김봉두는 마을사람으로부터 촌지를 받는다. 그 하얀 봉투속에는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시골분교 학부모들의 땀과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마지막 장면은 눈이 와서 하얀 운동장에서 하얀 봉투를 받아들고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김봉두를 여러 각도에서 줌아웃하며 양희은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마도 소사의 아들로 마음고생했던 그가 이제야 참다운 스승이 무언지 깨닫는 것 같고 제자들을 통해 가르침의 참된 의미를 터득하는 것 같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강원도에 대해서는 고향같은 푸근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나오는 강원도 사투리는 영 어색하고 그러나 신선하기까지 하다. 싹 다 치웠드래요~~ 어느 지방이나 사투리는 구수한지라 강원도 역시 그러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분교아이들은 6학년 남옥이,5학년 소석이,애순이,4학년 남진, 그리고 1학년 성만이까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의 그 아이들에게도 작은 사회를 느낄 수 있는데 다름아닌 신분에 대한 욕구이다. 김봉두선생은 이런 아이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남옥이는 반장,소석이는 부반장,애순이는 미화부장,남진이는 청소반장,성만이는 청소부반장을 시키고 아이들은 만족해 한다. 한 편, 다섯명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억지를 부리거나 까닭없는 매질을 해도 순순히 받아들이고 선생님이 깨우침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놓지 않는다. 요즘처럼 대통령도 우습게 아는 세상에 우리에게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리더십(leadership)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활로우십(followship)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싹 다 좋은 사람들이래요~~아직 못보았으믄 꼭 한번 보드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