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슬픈 국[김영승]

JOOFEM 2006. 6. 23. 13:11

 

 

 

 

 

슬픈 국[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 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 서울역 또는 영등포역, 그리고 이젠 천안역까지

   내가 즐겨찾기하는 역에는 노숙자 천국이 되었다.

   맘 편하게 양말도 벗고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데 누워서 신문도 보고 혼잣말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노숙자에겐 슬픔이 없다.

   국을 먹을 일이 없기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대충 끼니를 때우므로 국이 꼭 있어야 하지 않기때문이다.

   혹 그들도 생일을 기억한다면 미역국을 끓여주는 어머니가 없어서

   슬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노숙자들은 이미 모든 걸 초월한 터라 슬프지 않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슬플 뿐이다. 

  

   그들에게 시집 한권씩 나누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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