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국[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너무 슬퍼서
내가 즐겨찾기하는 역에는 노숙자 천국이 되었다. 맘 편하게 양말도 벗고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데 누워서 신문도 보고 혼잣말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노숙자에겐 슬픔이 없다. 국을 먹을 일이 없기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대충 끼니를 때우므로 국이 꼭 있어야 하지 않기때문이다. 혹 그들도 생일을 기억한다면 미역국을 끓여주는 어머니가 없어서 슬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노숙자들은 이미 모든 걸 초월한 터라 슬프지 않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슬플 뿐이다.
그들에게 시집 한권씩 나누어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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