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녀오겠습니다[나희덕]
깨어진 블럭 사이 민들레가 곱다
열살박이들이 지나가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이 동네의 아침을 연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아 --
떠나갈 듯 인사하고 뛰어간 아이들이
웬일인지 조막손을 꼭 쥔 채 달음질쳐 돌아온다
놀란 강아지처럼 엄마의 치맛자락에 숨는다
제비도 놀라 몸을 뒤집으며 날아간다
그래도 학교에는 가야지 --
끝나는 대로 돌아와야 한다 --
그새 집이 없어지면, 없어지면 --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간신히 달래 보내는 엄마의 등뒤로
민들레 홀씨 어지럽게 날린다
흙먼지와 연기 속으로 아이들이 자욱해진다
민들레 노란 꽃잎에 핏물이 밴다
내일 아침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 깨어나 인사를 할 것인가
학교다녀오겠습니다아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나희덕님의 시에서 아이는 학교간 사이 엄마가 없어질까봐 무서워 불안해 한다.
기형도님의 시에서는 제목은 엄마걱정이지만 사실은 엄마가 안오시는 게 무서워 역시 불안해 하는 게다.
엄마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유기불안이다.
영화'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써브쓰리를 달성하는 것은 엄마가 날 또 버리지 않을까 불안해서 엄마의 뜻(?)을 따라 마라톤에 다걸기를 한다.
사람들은 초원이의 엄마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은, 사실은 아니다.
마라톤코치의 대사 한마디한마디를 잘 들어보면 심리치료의 정수를 보여준다.
초원이와 초원이엄마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코치는 잘 찝어내고 해결방향도 잘 안내한다. 도대체 마라톤코친지, 인생코친지 모르겠네. 영화 한번 더 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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