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정지용] 유리창[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 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 시와 감상 2006.06.09
아내의 브래지어[박영희] 아내의 브래지어[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 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 이라면 풀어본 호크를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를 빨아 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를 빨면서 이런 생각해 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을 세.. 시와 감상 2006.06.06
하나님 놀다 가세요[신현정] 하나님 놀다 가세요 [신현정] 하나님 거기서 화 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개구름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 시와 감상 2006.06.03
햇살에게[정호승] 햇살에게[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란하게 비추어지는 먼지는 얼마나 될까?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반짝이는 모래가 몇이나 될.. 시와 감상 2006.05.17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 시와 감상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