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함민복] 그림자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함민복 시인의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 시와 감상 2006.07.20
며느리밥풀꽃[이윤학] 며느리밥풀꽃 [이윤학] 내가 집의 그늘이었을 때 저 꽃들은 그늘에서의 추억이었고, 내가 밥 먹으러 들어갔을 때 저 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간 세월의 쪽문 앞에서, 이 얼굴 붉인 꽃들은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갑자기 쪽문이 젖혀지고 작대기를 들고, 누군가 쫓아나올 것 같다 밥 먹어라, 몇 번 불.. 시와 감상 2006.07.17
우물[김명인] 우물 [김명인] 한 두레박씩 물을 퍼내어도 우물 속을 들여다보면 덜어낸 흔적이 없다 목숨은 우주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두레박의 물, 한 모금씩 아껴가며 갈증을 축이지만 저 우물 속으로는 두 번 다시 두레박을 내릴 수는 없다 넋을 비운 몸통만 마침내 밧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힐 뿐. 깊이 모.. 시와 감상 2006.07.11
형제[박현수] 형제 [박현수] 거울 속의 내 모습에 형이 때로는 동생이 겹쳐 보인다 가난한 화가의 덧칠한 캔버스 아래 어리는 희미한 초상처럼 어느 것이 밑그림이고 어느 것이 덧칠한 그림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아니면 둘다 덧칠이고 밑그림은 신이 가지고 있으리라는 반전도 괜찮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이 언.. 시와 감상 2006.07.07
절벽[이형기] 절벽 [이형기]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 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 가끔 인간은 그냥 마흔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생은 왠지 덤으로 사는 것 같이 느.. 시와 감상 200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