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을 기억하는가[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 시와 감상 2006.03.06
꽃의 고요[황동규] 꽃의 고요[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 따라 청매(靑梅) 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 바람이 바뀌면 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 흙담으로 쓸리기도 했다. '꽃 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 꽃잎을 어깨로 맞고 일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 다. '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 .. 시와 감상 2006.03.04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 시와 감상 2006.03.03
문[최영숙] 문[최영숙] 내 앞에 문이 있다 열리지 않는 건 문이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나가야 한다 이 문을 어쩔것인가 밀거나 혹은 당기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2미터 1미터 문 앞이다 잠시 망설인다 이번에도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밀 것인가 당길.. 시와 감상 2006.03.01
메아리[최하림] 메아리[최하림] 오래된 우물에 갔었지요 갈대숲에 가려 수시간을 헤 맨 끝에 간신히 바위 아래 숨은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장로들의 말씀으로는 성호 이익(星湖李瀷) 선생 께서 파셨다고도 하고 성호 문하에서 파셨다고도 하고 그보다 오래 전 사람들이 파셨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려 면 어떻겠습.. 시와 감상 2006.02.07